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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ho 33
House l Yangpyeong l Korea
November, 2022

 

만남과 설렘

“오래전부터 전원생활을 꿈꾸어 왔지만,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어요.

연습이 필요했죠. 2년 전 문호리 마을에 전세를 얻고 시골살이의 현실을 경험해보기로 했어요.

그 시간 동안 다양한 데이터가 쌓였고, 두려움이 자신감과 설레임으로 바뀌었습니다. 열심히 땅을 찾았고, 남은 생을 함께 할 편안한 집을 짓고 싶어요.”

21년 청명한 봄날, 오롯을 찾아 온 건축주 부부의 사연이다.

짧은 만남에도 두 분의 넘치는 에너지가 인상적이었고, 조근조근 상상하는 생활 공간에 대한 밑그림을 듣다 보니 덩달아 마음이 설레였다.

 

부부는 집의 모습이 단정하고 차분했으면 좋겠고 주변의 자연환경과 편안하게 어우러졌으면 한다고 했다. 3남매는 장성해 서울로 독립했지만, 주말엔 모두 모여 바비큐 파티를 할 공간을 원했다. 곧 결혼을 할 테니 자녀와 부부가 머물 방들이 필요하고 전망 좋은 마당과 북한강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옥상정원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땅의 해석과 단면 시퀀스

대지는 북한강 변의 청명한 풍광을 지나 양평 초입 문호리 마을 언덕에 자리 잡은 완만한 경사지였다. 마을 도로와 한 블럭 떨어진 대지는 높은 동쪽에서 낮은 서쪽으로 흐르는 경사에 북서향으로 조망이 열린 고요한 땅이었다. 여러 차례 방문하며 땅의 조건과 기후, 필요한 기능을 해석해 나갔다. 자연스럽게 가장 낮은 대지면으로 도로를 내고, 지하주차장을 만들었다. 주차장으로 들어 올려진 기단이 1층 마당이 되었다. 도로에서 4미터 들린 집의 마당은 더 고요해지고 북서향의 열린 조망을 극적으로 받아들인다. 경사진 땅에 단단히 자리한 기단은 마을에서 생활 공간으로 가는 길목이며 경계가 된다. 기단과 집, 땅의 단면은 자연스럽게 같은 흐름을 갖게 되고 이는 공간이 흐르는 시퀀스이기도 하다. 대문을 열고 그늘진 계단을 오르면 서서히 하늘과 집이 시야에 들어온다. 마당에 올라설 때쯤 나지막한 붉은 벽돌집과 고요한 마당, 주변시로 들어오는 풍광이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누군가 좋은 집에 대해 묻는다면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는 공간이라 말하고 싶다.

시간에 따라 다채로운 빛을 머금은 매스  

안마당과 바깥마당 사이를 가로질러 현관에 이르는 길목에 놓여진 처마 밑 콘크리트 벤치는 오가는 이들의 작은 쉼터이며 사색의 장소이다. 맑은 날 오후까지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비오는 날엔 여느 까페 부럽지 않은 야외 테라스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주변을 둘러싸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의 경이로움은 감사한 선물이다.

동남쪽 산세에 기대어 ㄴ자 배치를 갖는 집의 매스는 북서쪽으로 열린 잔디마당을 감싸며 굽이치는 원경으로 시야를 열어준다. 해가 뜨고 지는 시간에 드러나는 벽돌의 색감이 다채로운데, 특히 석양빛을 머금은 주황빛 벽돌은 무척 인상적이다.

매스에 붉은 벽돌과 회색 석재의 구분된 재료는 땅과 만나는 관계를 정돈하고 건물 전체에 안정된 수평선을 부여한다.

​가장 근사한 조망 선사하는 옥상정원

마당을 지나 현관에 들어서면 좌우로 공공 영역과 사적 영역이 나뉘는데, 1층은 길게 펼쳐진 부부의 생활 공간이다. 부부침실 영역은 단층으로 높은 천장고를 갖고 차분한 조도로 정리된 조명계획은 편안한 분위기를 더한다. 외부정원을 맞댄 너른 욕실은 밝은 자연 채광과 환기로 명랑한 공간이며 부부에게 여유로운 힐링의 장소가 된다.

서쪽 고래산 원경과 동쪽 소나무숲 근경 사이 위치한 거실과 다이닝은 통합된 스튜디오형 공간이다. 좌우의 커다란 창과 테라스를 통해 자연과 마주하는데 시간과 계절 변화에 따라 선택적으로 즐길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1층 거실과 침실 사이 위치한 계단실은 광원이 숨겨진 빛의 통로로 자연스러운 발걸음을 유도한다. 계단을 오르며 드러나는 옥상정원은 이 집에서 가장 근사한 조망을 선사하도록 담장과 난간의 높이를 정교하게 조정하였다. 2층은 삼 남매를 위한 침실과 가변형 가족실, 옥상정원이 위치한다. 이중 가변형 가족실은 부족한 침실을 겸하며 2층 개방된 공공공간의 역할을 한다. 한식 미닫이문을 벽 속에 집어넣으면 옥상정원을 통해 고래산 원경까지 확장된 가족실이 되고, 닫으면 자녀를 위한 침실이 되는 것이다.

 

단순하고 간결한 공간을 만들지만, 형태가 아닌 사용자가 쓰기 편하고 심리적으로 안정된 공간을 다듬어 가는 것, 문호 33을 진행하며 마음속에 간직했던 방향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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